호로비츠를 위하여

from 리뷰 2006/08/28 20:48

호로비츠를 위하여.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음악을 하기위해 많은 가족들의 희생을 부담했지만, 결국 자기 재능의 한계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동네 피아노학원 선생 김지수(엄정화 분).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렸을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가난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며 상처받고 비뚤어진 절대음감을 가진 천재 경민이(신의재 분).

과거에 입은 상처를 서로에게서 치유받으려는 이 영화는 재미있고 감동적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 반열에 오른 엄정화의 빛나는 연기가 돋보였던 캐릭터 지수는 그러나, 이 캐릭터가 가진 부담과 압박, 고통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것으로 느껴진다. 엄정화의 연기는 너무나도 훌륭했지만 왠지 스토리에서 캐릭터가 받는 고통과 압박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 장면에서의 스토리는 실제로 그녀가 느낄 고통에 비해 너무 가볍게 그렸다고 할까?


또한, 천재소년 경민이의 고통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너무 많은 부분을 건너뛰었다. 왜 경민이가 비뚤어지게 되었는지, 경민이가 왜 피아노를 좋아하고 즐겨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그저 '과거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라는 동정여론으로 그 소년을 바라보게만 만들어버렸다.

이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문제점.
지수의 고통은 사실, 일반적인 것 아닌가? 관객 한 명 한 명 누구라도 다 경험해봤을 일상적인 고통이다. 그에 비해 경민이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아이이다. 즉, 서로 상대가 되어야 할 두 캐릭터의 무게감이나 특성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결말에서는 약간의 억지가 보인다. 내가 감독이라면, 마지막 장면을 20년 후 재회 장면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작품 배경을 1970년대로 했겠지?  나이가 많이 든 지수와 그의 남편(박용우 분)이 한 공연장을 찾을 때 탔던 차(산타페)와 경민이가 독일로 입양되어 갈때 탓던 차(EF소나타)가 동 시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것은 너무 어설픈 옥의 티였다. 뒷부분은 마치 제작사가 강요한 엔딩을 덕지덕지 덧붙인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쨋든 해피엔딩이었어야 했는지 원래 시나리오가 그럤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짜기에는 절대 부족함이 없는 영화이다. 웃음을 이끌어내는 코믹한 장치들과, 낮익어 공감을 일으키는 몇몇 장면(나도 피아노학원을 다닌적이 있으니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코드까지 매우 적당한 비율로 혼합된 이 영화가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매우 불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다. 엄정화는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더불어 나이에 굴하지 않는 어여쁜 외모도 그녀가 30대 후반임을 잊게 했다. 달콤,살벌한 연인에서 열연하며 그 이름을 날린 박용우도 바로 전 영화인 달살연의 대우 캐릭터를 생각나게 할만큼 재미있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그리는데 성공했다. 아역으로 연기한 신의재는 캐릭터 자체의 굳어있는 표정과 말썽쟁이 모습을 잘 연기해냈다.

정말 재미있게 봤고, 감동적으로 봤지만, 여운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2% 부족한 영화인 듯 싶다.


여운1. 마지막 연주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귀국연주와 같았을까? 그 의미를 담은 것일까? 제목은...
여운2. 포스터를 보면 서로의 인생을 바꾸어놨다고 하는데... 그럼 지수의 인생은 모가 바뀐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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